[UFC 38: Brawl at the Hall] UFC, 영국 상륙의 역사적 밤
1. 2002년 7월 13일, ‘UFC 38: Brawl at the Hall’
2002년 7월 13일, 영국 런던의 유서 깊은 로열 앨버트 홀(Royal Albert Hall)에서는 역사적인 종합격투기 이벤트, ‘UFC 38: 브롤 앳 더 홀(Brawl at the Hall)’이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UFC가 처음으로 영국 땅을 밟은 이벤트이자, 2000년 일본에서 열린 UFC 29 이후 미국 밖에서 개최된 첫 대회였다. ‘브롤 앳 더 홀’이라는 부제처럼, 전통적인 공연장에서 격렬한 싸움이 펼쳐지며 영국 팬들에게 UFC의 진면목을 선보이는 순간이었다.
주파(Zuffa, LLC)가 UFC를 인수한 이후, 그들의 목표 중 하나는 UFC를 국제적인 스포츠 브랜드로 확장하는 것이었다. UFC 38은 이러한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였으며, 유럽 시장 진출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3,800명의 관중 앞에서 펼쳐진 이 밤은 단순히 UFC 역사에 새로운 페이지를 추가한 것을 넘어, 종합격투기의 세계화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그날 런던에서는 어떤 치열한 대결과 의미 있는 순간들이 있었을까?
2. UFC의 유럽 진출 : 로열 앨버트 홀의 의미
UFC 38은 ‘종합격투기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을 벗어나 영국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2000년 일본에서의 UFC 29 이후 거의 2년 만에 이뤄진 해외 개최였다. 이는 주파의 비전이 단순히 북미 시장을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확한 신호였다.
특히 경기장으로 선택된 로열 앨버트 홀은 런던의 상징적인 문화 예술 공연장으로,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이었던 앨버트 공을 기념하여 건설된 유서 깊은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인 장소에서 UFC와 같은 격렬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린다는 것 자체가 당시에는 파격적이고 이색적인 조합이었다. 이는 UFC가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결합하여 대중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려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3,800명의 관중과 45,000건의 페이퍼뷰(Pay-Per-View) 구매는 당시 UFC가 해외 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3. 경기 결과 : 메인 카드(Main Card)
1) 웰터급 타이틀전 : 맷 휴즈 vs 카를로스 뉴턴
- 맷 휴즈(Matt Hughes)
- 카를로스 뉴턴(Carlos Newton)
- TKO(펀치)
- 4라운드 3:27
- UFC 38의 메인 이벤트는 UFC 웰터급 챔피언 맷 휴즈(Matt Hughes)와 전 챔피언 카를로스 뉴튼(Carlos Newton)의 대결이었다. 이 두 선수는 이미 UFC 34에서 한 차례 맞붙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방식으로 맷 휴즈가 승리한 바 있었다. 당시 휴즈의 슬램에 뉴튼의 목이 충격을 받으며 경기가 끝났고, 경기 중 휴즈의 ‘실신 논란’까지 겹치면서 재대결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다.
- 경기는 4라운드 3분 27초, 맷 휴즈의 TKO(펀치) 승리로 끝났다. 이번 경기에서는 특별한 논란 없이 맷 휴즈가 압도적인 실력으로 뉴튼을 제압하며 자신의 챔피언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이로써 맷 휴즈는 당시 UFC 웰터급의 절대적인 강자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으며, 그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렸다.
2) 헤비급 : 이안 프리먼 vs 프랭크 미어
- 이안 프리먼(Ian Freeman)
- 프랭크 미어(Frank Mir)
- TKO(레프리 스톱)
- 1라운드 4:35
- 메인 이벤트 못지않게 주목받았던 경기는 영국의 인기 파이터 이안 프리먼(Ian Freeman)과 미래의 헤비급 챔피언 프랭크 미어(Frank Mir)의 대결이었다. 특히 영국 선수인 프리먼의 등장은 홈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이끌어냈다. 프랭크 미어는 불과 UFC 34에서 데뷔전을 치른 신성이었지만, 뛰어난 주짓수 실력으로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다.
- 경기는 1라운드 4분 35초, 이안 프리먼의 TKO(심판 중단) 승리로 끝났다. 프리먼은 홈 팬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프랭크 미어에게 파운딩을 퍼부어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이 승리는 영국 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으며, 당시 미어에게는 뼈아픈 첫 패배로 기록되었다.
3) 미들급 : 마크 위어 vs 유진 잭슨
- 마크 위어(Mark Weir)
- 유진 잭슨(Eugene Jackson)
- KO(펀치)
- 1라운드 0:10
- 이 경기는 UFC 38의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마크 위어가 1라운드 단 10초 만에 펀치 KO로 유진 잭슨을 꺾었다. UFC 역사상 가장 빠른 KO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될 만큼 압도적인 경기였다.
4) 라이트급 : 스도 겐키 vs 리 레미디오스
- 스도 겐키(Genki Sudo)
- 리 레미디오스(Leigh Remedios)
- 서브미션(리어 네이키드 초크)
- 2라운드 1:38
- 일본의 괴짜 파이터 겐키 스도가 2라운드 1분 38초, 리어 네이키드 초크 서브미션으로 리 레메디오스에게 승리를 거두었다. 스도의 독특한 입장 퍼포먼스와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5) 라이트헤비급 : 필립 밀러 vs 제임스 지킥
- 필립 밀러(Phillip Miller)
- 제임스 지킥(James Zikic)
- 판정승(전원 일치)
- 3라운드 5:00
4. 경기 결과 : 언더카드(Preliminary Card)
1) 라이트헤비급 : 헤나토 소브랄 vs 엘비스 시노식
- 헤나토 소브랄(Renato Sobral)
- 엘비스 시노식(Elvis Sinosic)
- 판정승(전원 일치)
- 3라운드 5:00
2) 라이트헤비급 : 에반 태너 vs 크리스 헤이즈먼
- 에반 태너(Evan Tanner)
- 크리스 헤이즈먼(Chris Haseman)
- 판정승(전원 일치)
- 3라운드 5:00
- 헤이즈먼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블라디미르 마튜셴코를 대신해 막판에 대타로 출전했다
5. UFC 38이 남긴 유산
UFC 38은 단순히 매치업의 흥미로움을 넘어, UFC의 글로벌 확장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닌 대회였다. 영국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유서 깊은 로열 앨버트 홀에서 대회를 개최하며 UFC는 스스로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였다.
맷 휴즈와 카를로스 뉴튼의 논란의 여지가 있었던 재대결은 팬들에게 짜릿한 스토리를 제공했고, 이안 프리먼과 프랭크 미어의 경기는 홈 팬들의 열기를 폭발시키는 촉매제가 되었다. 마크 위어의 깜짝 KO나 겐키 스도의 독특한 존재감은 대회의 다채로운 매력을 더했다.
UFC 38은 주파 시대의 UFC가 ‘브롤 앳 더 홀’이라는 부제처럼, 전통적인 공간에서도 예측 불가능한 격투기 드라마를 펼쳐 보이며 전 세계적인 스포츠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한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 이 대회는 유럽 시장 진출의 성공적인 첫걸음이었으며, 이후 UFC가 글로벌 제국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