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36: Worlds Collide] 챔피언들의 격돌과 논란, 그리고 새로운 헤비급 왕좌
2002년 3월 22일, 미국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MGM 그랜드 아레나(MGM Grand Arena)에서 ‘UFC 36: 월드 콜라이드(Worlds Collide)’가 개최되었다. 이 대회는 ‘월드 콜라이드’라는 부제처럼 당시 종합격투기 최고의 챔피언들과 떠오르는 강자들이 대거 출전하며 격렬한 대결을 펼쳤다. 특히, UFC 역사상 가장 많은 아홉 명의 과거 또는 미래 UFC 챔피언들이 이 한 대회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격투 역사상 매우 특별한 이벤트로 기록된다.
UFC 36은 주파(Zuffa, LLC) 체제 하의 UFC가 점차 안정화되고, 높은 수준의 매치업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려 노력하던 시기에 열렸다. 두 개의 타이틀전이 메인 이벤트를 장식하며 팬들의 기대를 모았지만, 한편으로는 예상치 못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기도 했다.
1. 주파 시대의 확고한 기틀 다지기
UFC는 주파의 인수 이후 꾸준히 흥행과 스포츠적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왔다. UFC 36은 10,000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898,850의 총 입장료 수입을 기록했고, 55,000건의 페이퍼뷰(Pay-Per-View) 구매 건수를 기록하며 당시 UFC의 대중적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UFC가 성공적으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대회에 과거 또는 미래의 UFC 챔피언이 아홉 명이나 출전했다는 사실은 UFC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끌어모으는 플랫폼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는 '월드 콜라이드'라는 부제와도 잘 어울리는 부분이다.
2. 주요 경기(Main Card)
1) 헤비급 타이틀전
- 승 : 조쉬 바넷(Josh Barnett)
- 패 : 랜디 커투어(Randy Couture)
- 결과 : TKO(펀치)
- 시간 : 2라운드 4:35
- UFC 36의 메인 이벤트는 헤비급 챔피언 랜디 커투어와 도전자 조쉬 바넷의 헤비급 타이틀전이었다. 랜디 커투어는 ‘더 내추럴(The Natural)’이라는 별명처럼 레슬링을 기반으로 한 압도적인 컨트롤과 전략적인 경기 운영으로 헤비급을 지배하던 챔피언이었다. 조쉬 바넷은 뛰어난 그라운드 기술과 타격 능력을 겸비한 신성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 경기는 2라운드 4분 32초, 조쉬 바넷의 TKO(펀치) 승리로 끝났다. 바넷은 커투어에게 파운딩을 퍼부으며 새로운 UFC 헤비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의 승리는 얼마 가지 않아 큰 논란에 휩싸였다. 경기 후 필수적으로 치러지는 약물 검사에서 바넷이 스테로이드 양성 반응을 보였고, 결국 UFC 헤비급 타이틀은 박탈당했다. 이 사건은 UFC 역사상 가장 큰 약물 관련 논란 중 하나로 기록되었고, 바넷의 챔피언 등극은 한순간의 영광으로 남게 되었다.
2) 헤비급
- 승 : 페드로 히조(Pedro Rizzo)
- 패 : 안드레이 알롭스키(Andrei Arlovski)
- 결과 : KO(펀치)
- 시간 : 3라운드 1:45
3) 웰터급 타이틀전
- 승 : 맷 휴즈(Matt Hughes)
- 패 : 사쿠라이 하야토(Hayato Sakurai)
- 결과 : TKO(펀치)
- 시간 : 4라운드 3:01
- 맷 휴즈는 카를로스 뉴튼을 꺾고 챔피언에 오른 강력한 레슬러였으며, 하야토 사쿠라이는 일본 종합격투기 단체 슈트(Shooto)의 전설적인 파이터이자 당시까지 무패 기록을 이어오고 있었다.
- 본래 맷 휴즈는 이 경기에서 미래의 UFC 미들급 챔피언이 될 앤더슨 실바(Anderson Silva)와 대결할 예정이었으나, 실바가 PRIDE FC(PRIDE Fighting Championships)와 계약하면서 사쿠라이가 대체자로 투입되었다는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다 .
- 맷 휴즈가 4라운드 3분 1초에 펀치에 의한 TKO로 승리를 거두었다.
4) 미들급
- 승 : 맷 린들랜드(Matt Lindland)
- 패 : 팻 밀리티치(Pat Miletich)
- 결과 : TKO(펀치)
- 시간 : 1라운드 3:09
5) 라이트헤비급
- 승 : 에반 태너(Evan Tanner)
- 패 : 엘비스 시노식(Elvis Sinosic)
- 결과 : TKO(컷에 의한 종료)
- 시간 : 1라운드 2:06
6) 헤비급
- 승 : 프랭크 미어(Frank Mir)
- 패 : 피트 윌리엄스(Pete Williams)
- 결과 : 서브미션(인사이드 숄더 락)
- 시간 : 1라운드 0:46
7) 라이트급
- 승 : 맷 세라(Matt Serra)
- 패 : 켈리 덜란티(Kelly Dullanty)
- 결과 : 서브미션(트라이앵글 초크)
- 시간 : 1라운드 2:58
8) 웰터급
- 승 : 숀 셔크(Sean Sherk)
- 패 : 나카오 주타로(Jutaro Nakao)
- 결과 : 판정승(전원 일치)
- 시간 : 3라운드 5:00
3. 팻 밀레티치(Pat Miletich)와 피트 윌리엄스(Pete Williams)의 마지막 UFC 무대
UFC 36은 몇몇 전설적인 선수들에게는 UFC 커리어의 마지막 무대가 되기도 했다. 전 웰터급 챔피언 팻 밀레티치와 베테랑 파이터 피트 윌리엄스가 이 대회를 끝으로 UFC 무대에서 볼 수 없게 되었다.
특히 팻 밀레티치는 자신의 주특기인 웰터급에서 맷 휴즈가 새로운 챔피언이 된 것을 보고, 자신의 팀원들을 훈련시키는 데 집중하기 위해 은퇴를 결정했다. 밀레티치는 이 대회의 결과에 따라 자신의 역할을 변화시키는 결정을 내렸으며, 이는 격투기 커리어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그의 이러한 결정은 미래의 챔피언들을 양성하는 명장으로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4. UFC 36이 남긴 유산
UFC 36은 챔피언들의 대결과 왕좌의 교체, 그리고 약물 논란이라는 드라마틱한 요소를 모두 갖춘 대회였다. 특히 조쉬 바넷의 챔피언 등극과 즉각적인 타이틀 박탈은 UFC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기면서도, 약물 검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은 향후 UFC의 약물 검사 시스템이 더욱 강화되는 데 일조했다.
또한 이 대회에 수많은 과거 및 미래 챔피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은 당시 UFC가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모이는 격전지였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맷 휴즈, 랜디 커투어, 조쉬 바넷 등 UFC를 대표하는 이름들이 치열하게 부딪혔던 UFC 36은 ‘월드 콜라이드’라는 부제에 걸맞은 명승부의 장이자, 주파 시대의 UFC가 겪어야 했던 성장통을 상징하는 대회로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