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월드시리즈: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자이언츠의 역사적인 명승부
1. 1912년 월드시리즈 개요
1912년 월드시리즈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논란이 많았던 시리즈 중 하나로 기억되고 있다.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보스턴 레드삭스(Boston Red Sox)와 내셔널리그 챔피언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가 맞붙은 이 시리즈는 총 8경기(1무 포함)까지 진행되었으며, 보스턴 레드삭스가 4승 3패 1무로 최종 우승을 차지하였다. 이 시리즈는 근소한 점수 차이의 경기들과 몇몇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들로 인해 그 시대를 대표하는 가장 흥미진진한 월드시리즈로 평가된다. 특히 승패가 결정된 마지막 경기의 마지막 이닝까지 박진감 넘치는 승부가 이어졌다.
2. 참가팀 분석 : 보스턴 레드삭스(아메리칸리그)
제이크 스탈(Jake Stahl) 감독이 이끈 보스턴 레드삭스는 1912년 아메리칸리그 정규 시즌에서 105승 47패라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 이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승리이다. 레드삭스는 투타의 균형이 매우 뛰어난 팀이었다.
투수진의 핵심은 '스모키 조' 우드(Smoky Joe Wood, 1889~1985)였다. 우드는 정규 시즌에 34승 5패, 평균자책점 1.91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남기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자리매김하였다 . 그의 불같은 강속구는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였다. 월드시리즈에서도 그는 3경기 선발 등판하여 2승을 거두었으며, 결정적인 8차전에서는 구원 투수로 등판하여 승리를 지키는 데 기여하였다 . 이 외에도 루브 포스터(Rube Foster)와 휴 베디엔트(Hugh Bedient)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마운드에 힘을 실었다.
타선에서는 '스모키 조' 우드와 함께 레드삭스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트리스 스피커(Tris Speaker, 1888~1958)가 있었다. 그는 정규 시즌 타율 .383, 52도루를 기록하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 스피커는 뛰어난 타격뿐만 아니라 중견수로서도 당대 최고 수준의 수비 능력을 자랑하였다. 또한 해리 후퍼(Harry Hooper), 더피 루이스(Duffy Lewis) 등 선수들이 꾸준한 타격감을 보여주며 강력한 공격력을 자랑하였다. 19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은 보스턴 레드삭스 구단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시기의 시작점이 되었다. 그들은 1912년부터 1918년 사이에 4번의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여 모두 우승을 차지하였다 .
3. 참가팀 분석 : 뉴욕 자이언츠(내셔널리그)
존 맥그로(John McGraw) 감독이 이끈 뉴욕 자이언츠는 1912년 내셔널리그에서 103승 48패를 기록하며 리그 우승을 차지하였다 . 자이언츠는 뛰어난 투수진과 '스몰볼(small ball)'로 대표되는 기동력 있는 공격을 자랑하였다.
투수진의 대들보는 야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크리스티 매슈슨(Christy Mathewson, 1880~1925)이었다. 매슈슨은 정규 시즌 26승을 거두며 팀을 이끌었다. 월드시리즈에서 그는 3경기에 선발 등판하여 모두 완투했으며, 0.94라는 경이적인 평균자책점(ERA)을 기록하였다 . 그러나 팀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여 2패와 노 디시전을 기록하며 불운하게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 루브 마쿼드(Rube Marquard) 또한 강력한 선발 투수로, 24승을 기록하며 매슈슨과 함께 자이언츠 마운드를 이끌었다 .
타선에서는 프레드 스노드그래스(Fred Snodgrass)가 외야의 중심을 잡았고, 조 도일(Joe Doyle), 래리 돌런(Larry Doyle) 등 다양한 선수들이 공격에 기여하였다. 자이언츠는 번트, 도루, 히트앤런 등 정교한 작전 수행 능력을 바탕으로 득점을 올리는 '과학적 야구(Scientific Baseball)'를 구사하였다. 그들은 끈질기고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펼쳤다.
4. 경기 하이라이트 : 예측불허의 접전
1) 제1차전(10월 8일, 보스턴) 보스턴 4-3 뉴욕
- 승리 투수 : 스모키 조 우드(Smoky Joe Wood, 보스턴, 1–0)
- 패전 투수 : 제프 테스로(Jeff Tesreau, 필라델피아, 0–1)
- 시리즈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10-8의 배당률로 우세한 평가를 받으며 개막했다.
- 자이언츠 감독 존 맥그로(John McGraw)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보스턴의 에이스 스모키 조 우드(Smoky Joe Wood)를 상대로 전설적인 투수 크리스티 매튜슨(Christy Mathewson) 대신 신인 투수 제프 테스로(Jeff Tesreau)를 선발로 내세웠다. 맥그로는 매튜슨을 2차전과 펜웨이 파크의 적대적인 원정 관중을 상대로 쓰기 위해 아꼈던 것이다.
- 뉴욕 자이언츠가 먼저 점수를 뽑았다. 3회초, 조시 드보어(Josh Devore)가 1아웃 후 볼넷으로 출루했고, 래리 도일(Larry Doyle)의 안타가 더피 루이스(Duffy Lewis)의 햇빛 실수로 인해 외야에 떨어지면서 3루까지 진루했다. 프레드 스노드그래스(Fred Snodgrass)가 삼진으로 물러난 뒤, 레드 머레이(Red Murray)의 적시타로 드보어와 도일이 득점하면서 자이언츠가 2-0으로 앞서갔다.
- 테스로는 스핏볼(spitball, 공에 침을 바르는 것, 1920년대 초에 금지됨)을 앞세워 5회까지 보스턴을 무안타로 막았다. 그러나 6회, 트리스 스피커의 3루타로 한 점을 내주었는데, 이 타구는 스노드그래스와 드보어가 서로 미루다가 아무도 처리하지 못한 공이었다(이 장면은 "알퐁스-가스통 행동"이라 불림). 이어 더피 루이스의 타점 땅볼로 1점을 추가하면서 스코어는 2-1이 되었다.
- 보스턴은 7회에 3점을 더 추가하며 역전에 성공했다. 해리 후퍼(Harry Hooper)의 타점 2루타, 스티브 예르크스(Steve Yerkes)의 2타점 적시타가 나왔는데, 이때 자이언츠의 2루수 도일이 스모키 조 우드의 병살타성 땅볼을 놓쳐 이닝을 끝낼 기회를 날리고 1개 아웃만 기록한 것이 컸다.
- 9회말, 자이언츠는 한 점을 추가하며 추격했고, 동점 주자가 3루, 역전 주자가 2루까지 갔지만, 스모키 조 우드는 시즌 34승 5패라는 위용답게 마지막 두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며, 완투 탈삼진 11개를 기록하였으며, 4-3 보스턴 승리를 완성했다.
- 흥미롭게도, 맥그로 감독은 마지막 타석에서 구원 투수 닥 크랜달(Doc Crandall)을 대타 없이 타석에 세우는 선택을 했고, 그는 결국 마지막 아웃이 되었다. 많은 이들은 대타로 대기 중이던 백업 포수 아트 윌슨(Art Wilson)을 왜 쓰지 않았는지 의아해했다.
2) 제2차전(10월 9일, 뉴욕, 무승부) 뉴욕 6-6 보스턴
- 1회, 자이언츠 유격수 아트 플레처(Art Fletcher)의 실책으로 인해 매튜슨은 비자책 3실점을 하며 보스턴에게 선취점을 내줬다.
- 자이언츠는 2회와 4회에 각각 한 점씩을 따라붙어 3–2까지 점수를 좁혔다.
- 그러나 5회, 플레처는 또 한 번의 실수를 범했는데, 해리 후퍼(Harry Hooper)의 도루 시도 중 태그하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고, 그 직후 스티브 예르크스(Steve Yerkes)의 적시 3루타로 한 점을 더 내주며 스코어는 4–2가 되었다.
- 8회초에 뉴욕이 3점을 뽑으며 5–4 역전에 성공했다. 막 개장한 펜웨이 파크의 좌익수 구역은 "그린 몬스터(Green Monster)" 앞쪽에 3~4.5m 정도의 경사면이 있었는데, 이는 훗날 "더피의 절벽(Duffy’s Cliff)"이라고 불리게 된다. 보스턴 좌익수 더피 루이스(Duffy Lewis)는 이 경사에 매우 능숙한 수비수였지만, 이날은 언덕에서 발이 걸려 프레드 스노드그래스(Fred Snodgrass)의 플라이볼을 놓치며 그를 1루에 출루시켰다. 그는 레드 머레이(Red Murray)의 2루타에 득점, 이어서 벅 허조그(Buck Herzog)가 2타점 2루타를 날리며 뉴욕이 5–4로 앞서게 되었다.
- 그러나 자이언츠의 리드는 오래가지 못했다. 8회말, 루이스가 2루타를 치고 나가자, 플레처는 또 실책을 저지르며 래리 가드너(Larry Gardner)를 출루시켰고, 루이스가 득점하여 5–5 동점이 되었다.
- 9회초, 보스턴 구원투수 찰리 홀(Charley Hall)은 두 타자를 잘 잡았지만, 이어 스노드그래스, 도일(Larry Doyle), 빌스 베커(Beals Becker)를 연속으로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레드 머레이가 땅볼로 물러나며 보스턴이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 9회말, 보스턴은 점수를 내지 못해 경기는 연장전으로 돌입했다.
- 10회초, 뉴욕은 프레드 머클(Fred Merkle)이 3루타를 치고 출루, 이어 희생 플라이로 득점하면서 6–5 리드를 잡았다.
- 매튜슨은 완투로 10회말 마운드에 다시 올라왔고, 경기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정규시즌 타율 .383이었던 트리스 스피커(Tris Speaker)가 중견수 방면 장타를 날렸고, 3루수 벅 허조그가 일부러 스피커와 충돌하며 인사이드 파크 홈런을 막으려 했지만, 스피커는 일어나서 계속 달렸고 결국 홈에 들어왔다. 베커가 중계수 틸리 셰이퍼(Tillie Shafer)에게 공을 던졌고, 셰이퍼가 포수 아트 윌슨(Art Wilson)에게 송구했지만 윌슨이 공을 놓치면서 (자이언츠의 이날 경기 다섯 번째 실책) 스피커가 득점하며 6–6 동점이 되었다. 스피커는 이 플레이에서 3루타로 기록되었다. 맥그로 감독은 스피커가 1루를 밟지 않았다며 어필했고, 기자들도 이에 동의했지만 기초심 사이 리글러(Cy Rigler)는 베이스를 밟았다고 판정했다. 루이스는 다시 2루타를 치며 끝내기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매튜슨은 가드너와 스탈(Stahl)을 아웃시키며 위기를 벗어났다.
- 11회초, 자이언츠는 마지막 기회를 맞았다. 스노드그래스가 사구로 출루했지만 도루 시도 중 아웃, 이어 도일이 삼진, 베커는 볼넷으로 나갔지만 또 도루 시도 중 아웃되면서 이닝이 끝났다.
- 11회말, 보스턴은 삼자범퇴로 물러났고, 경기는 해가 져서 6–6 동점으로 종료되었다.
- 이로써 시리즈는 보스턴이 1승 0무로 리드를 이어갔다. 이 경기가 끝난 후 내셔널 커미션(National Commission)은 2차전이 무승부로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에게는 시리즈 1~4차전까지만 수익 분배를 하기로 결정, 이 결정은 선수들 사이에서 큰 불만을 불러일으켰다.
3) 제3차전(10월 10일, 보스턴) 뉴욕 2-1 보스턴
- 승리 투수 : 루브 마커드 (Rube Marquard, 뉴욕, 1–0)
- 패전 투수 : 벅 오브라이언 (Buck O'Brien, 보스턴, 0–1)
- 2회초, 레드 머레이(Red Murray)가 중견수 방면 2루타를 쳤고, 머클(Fred Merkle)의 희생 번트로 3루까지 진루, 이어 허조그(Buck Herzog)의 희생 플라이로 득점, 자이언츠가 먼저 1–0 리드를 잡았다.
- 5회에는 허조그가 2루타를 치고 출루, 플레처(Art Fletcher)의 적시타로 득점하면서 뉴욕은 2–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 이후 양 팀은 팽팽한 투수전을 이어가며 점수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9회말, 보스턴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다. 자이언츠 선발 투수 루브 마커드(Rube Marquard)는 완투 중이었고, 첫 타자인 트리스 스피커(Tris Speaker)를 뜬공으로 잡으며 좋은 출발을 했다. 하지만 더피 루이스(Duffy Lewis)의 1루수 쪽 땅볼 타구에서 머클이 마커드에게 송구해 베이스를 커버하게 했지만, 마커드가 베이스를 제대로 밟지 못해 루이스는 내야 안타로 출루했다. 래리 가드너(Larry Gardner)는 적시 2루타를 터뜨리며 루이스를 홈으로 불러들여 2–1, 점수 차를 좁혔다. 이때 보스턴의 1루수이자 감독이었던 제이크 스탈(Jake Stahl)은 자신이 직접 타석에 들어서서 마커드에게 땅볼을 쳤고, 마커드는 3루에서 주자 가드너를 아웃시키고 2아웃, 스탈은 1루에 출루했다. 그러자 감독 스탈은 자신을 대신해서 1루에 대주자 올라프 헨릭센(Olaf Henriksen)을 투입했다. 다음 타자 하이니 와그너(Heinie Wagner)의 타구는 1루수 머클의 실책으로 처리되지 못했고, 헨릭센은 3루까지 진루(동점 주자), 와그너는 2루 도루(역전 주자)에 성공하며 보스턴은 1타점만 나오면 역전 승리도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그러나 다음 타자 힉 케이디(Hick Cady)의 타구는 우익수 라인드라이브, 우익수 조시 드보어(Josh Devore)는 글러브로 공을 놓쳤지만, 왼손 맨손으로 공을 잡아내며 아웃을 만들어냈다. 이 멋진 수비로 자이언츠는 2–1로 승리,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동률로 만들었다.
4) 제4차전(10월 11일, 뉴욕) 보스턴 3-1 뉴욕
- 승리 투수 : 스모키 조 우드 (Smoky Joe Wood, 보스턴, 2–0)
- 패전 투수 : 제프 테스로 (Jeff Tesreau, 뉴욕, 0–2)
- 보스턴 레드삭스는 스모키 조 우드의 완투와 8탈삼진 활약에 힘입어 3–1 승리를 거뒀다.
- 보스턴은 2회에 래리 가드너(Larry Gardner)가 3루타를 치고, 곧이어 자이언츠 투수 테스로(Jeff Tesreau)의 폭투로 득점하면서 1–0 리드를 잡았다. 참고로, 테스루는 1회 때 해리 후퍼(Harry Hooper)의 땅볼을 막으려다 오른손 중지 손톱이 완전히 벗겨지는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 4회에는 힉 케이디(Hick Cady)의 타점 적시타로 2–0이 되었다.
- 7회, 허조그(Buck Herzog)가 안타를 치고 출루한 뒤 플레처(Art Fletcher)의 2루타로 득점에 성공하면서 자이언츠가 2–1로 따라붙었다.
- 하지만 9회초, 투수 우드가 직접 타점 적시타를 기록, 보스턴은 3–1로 달아났다.
- 9회말, 자이언츠는 삼자범퇴로 물러나며 반격 기회를 놓쳤고, 보스턴이 시리즈 전적 2승 1패로 앞서게 되었다.
5) 제5차전(10월 12일, 보스턴) 뉴욕 1-2 보스턴
- 승리 투수 : 휴 비디언트 (Hugh Bedient, 보스턴, 1–0)
- 패전 투수 : 크리스티 매튜슨 (Christy Mathewson, 뉴욕, 0–1)
- 3회말, 보스턴 레드삭스는 매튜슨(Christy Mathewson)을 상대로 빠르게 2점을 뽑아냈다. 해리 후퍼(Harry Hooper)가 3루타를 치며 포문을 열었고, 스티브 예르크스(Steve Yerkes) 역시 3루타를 기록해 후퍼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어 트리스 스피커(Tris Speaker)의 내야 땅볼 때 자이언츠 2루수 래리 도일(Larry Doyle)이 실책을 범하면서 예르크스까지 득점, 보스턴이 2–0으로 앞서게 되었다.
- 그 후 매튜슨은 무려 17명의 보스턴 타자를 연속 아웃시키며 흐름을 되찾았지만, 보스턴 선발 휴 비디언트(Hugh Bedient)에게는 그 2점이면 충분했다.
- 자이언츠는 7회초에 프레드 머클(Fred Merkle)의 2루타와 득점으로 2–1까지 따라붙었지만, 매튜슨이 삼진으로 물러나며 추격은 거기까지였다.
- 비디언트는 자이언츠의 마지막 7타자를 연속 아웃시키며 3피안타 완투승을 기록했다. 이 승리로 보스턴은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앞서며,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기게 되었다.
6) 제6차전(10월 14일, 뉴욕) 보스턴 2-5 뉴욕
- 승리 투수 : 루브 마커드 (Rube Marquard, 뉴욕, 2–0)
- 패전 투수 : 벅 오브라이언 (Buck O'Brien, 보스턴, 0–2)
- 보스턴 선발투수 벅 오브라이언(Buck O'Brien)은 3차전에서 마커드와 맞붙어 좋은 투구를 하고도 패전을 기록했지만, 6차전에도 선발로 등판했다.
- 그러나 이번에는 1회말에만 5점을 허용하는 난조를 보였다. 자이언츠 공격에서 1번 데보어(Devore)가 땅볼로 물러난 뒤, 도일(Doyle)이 안타, 스노드그래스(Snodgrass)가 삼진을 당한 후 다섯 명의 자이언츠 타자들이 연속으로 안타를 터뜨렸고, 벅 허조그(Buck Herzog)는 홈스틸(steal of home)로 득점을 올렸다. 이닝은 플레처(Art Fletcher)가 1루에서 견제사(out) 당하면서 끝났다.
- 그 이후로는 마커드(Rube Marquard)가 경기를 지배했다. 그는 완투승을 거두며 이번 시리즈 두 번째 승리를 챙겼고, 자이언츠는 5–2로 승리했다.
- 뉴욕은 탈락 위기에서 벗어나며 시리즈를 2승 3패로 따라붙었지만, 보스턴은 여전히 시리즈에서 앞서고 있었다. 이 경기에서 보스턴의 에이스 스모키 조 우드(Smoky Joe Wood) 대신 오브라이언이 선발 등판한 이유는 감독 스탈(Stahl)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보스턴 구단주 지미 맥알리어(Jimmy McAleer)가 강하게 주장했기 때문이었다. 보스턴 선수들 사이에서는 구단 수뇌부가 약한 투수를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를 더 끌고 가며 입장 수익(티켓 수입)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불신과 불만이 퍼졌다.
- 한편, 오브라이언은 자신이 선발 등판하는 사실을 경기 당일 아침에서야 알게 되었고, 이미 전날 밤에 술을 마셨던 상태라 숙취(hangover)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7) 제7차전(10월 15일, 보스턴) 뉴욕 11-4 보스턴
- 승리 투수 : 제프 테스로 (Jeff Tesreau, 뉴욕, 1–2)
- 패전 투수 : 스모키 조 우드 (Smoky Joe Wood, 보스턴, 2–1)
- 홈런 : 래리 도일 (Larry Doyle, 뉴욕, 1개), 래리 가드너 (Larry Gardner, 보스턴, 1개)
- 레드삭스의 스모키 조 우드(Smoky Joe Wood)는 이미 1차전과 4차전에서 승리 투수가 되었고, 이번 7차전에서도 선발 등판하여 보스턴의 두 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을 기회를 잡았다.
- 하지만 6차전의 재현처럼, 자이언츠가 1회부터 경기를 터뜨렸다. 첫 9명의 타자 중 7명이 출루했고, 그 중 6명이 득점했다. 우드는 10명의 타자를 상대로 단 13구만 던졌으며, 첫 아웃은 희생타, 두 번째 아웃은 자이언츠 선발 테스로가 도루 실패로 잡히며 나왔다.
- 그 뒤로는 뉴욕이 완전히 흐름을 장악하며 이번 시리즈에서 유일하게 큰 점수 차로 승리한 경기, 11–4 대승을 거두었다.
- 이 경기에서는 두 개의 "바운스 홈런"이 나왔다. 보스턴의 래리 가드너, 자이언츠의 래리 도일이 각각 기록했다. 이 바운스 홈런은 당시 규칙상 타구가 페어 지역에 떨어진 뒤 바운드되어 펜스를 넘으면 홈런으로 인정되었지만, 1931년부터는 자동 2루타(ground-rule double)로 규칙이 바뀌었다.
- 또한, 굉장히 희귀한 외야수의 단독 병살 플레이(unassisted double play)도 나왔다. 보스턴의 트리스 스피커(Tris Speaker)는 센터필드에서 매우 얕은 수비 위치로 유명했는데, 9회초 1사 상황에서 플레처(Art Fletcher)의 라이너를 잡은 뒤, 곧장 2루로 뛰어 들어가 주자 윌슨(Wilson)을 직접 아웃시키며 병살을 완성했다.
- 이 경기 전에는 '로열 루터스(Royal Rooters)'라는 열혈 보스턴 팬 조직의 시위로 인해 경기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들은 원래 앉던 '더피스 클리프(Duffy’s Cliff)' 좌석이 중복 판매되어
- 다른 팬들에게 넘어간 것에 대해 항의했다. 루터스들은 티켓을 정상적으로 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경기장 좌측 펜스 근처 라인에 서서 관전해야 했고, 이에 만족하지 않았다. 지도자 마이클 “넛 셋(Nuf Ced)” 맥그리비(McGreevy)는 경기 후 레드삭스 구단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주도했고, 8차전 보이콧을 선언했다.
- 우드의 끔찍한 1회 피칭뿐 아니라, 주자 있을 때도 와인드업을 유지한 투구 방식, 보스턴의 엉성한 수비 등이 겹치면서 불미스러운 소문들이 돌기 시작했다. 당시 보스턴 팬들과 스포츠 기자 팀 머넌(Tim Murnane)은 선수들이 2차전 티켓 수익을 분배받지 못한 데에 불만이 있었고, 6차전 오브라이언 선발 논란으로 팀 분위기가 나빠진 상태에서, 일부 선수들이 자이언츠 승리에 돈을 걸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어찌 되었든, 이 경기 결과로 시리즈 전적은 3승 3패, 월드시리즈 우승을 가를 운명의 8차전이 펼쳐지게 되었다.
8) 제8차전(10월 16일, 보스턴) 뉴욕 2-3 보스턴
- 승리 투수 : 스모키 조 우드 (Smoky Joe Wood, 보스턴, 3–1)
- 패전 투수 : 크리스티 매서슨 (Christy Mathewson, 뉴욕, 0–2)
- 이 경기는 동전 던지기로 개최지가 결정되었고, 레드삭스가 이겼다. 이 경기는 2차전 무승부의 보충 경기로 급히 일정이 잡혔고, 또한 경기 조작 의혹과 ‘로열 루터스’ 팬들의 보이콧 때문에, 1912년 월드시리즈의 흥미진진한 마지막 경기는 펜웨이 파크에서 관중석의 절반 정도만 찬 상태에서 치러졌다.
- 자이언츠는 매서슨이 선발 등판했고, 레드삭스는 베디언트가 선발로 나왔다.
- 자이언츠의 3회초 공격에서, 데보어가 안타로 출루하고, 도일과 스노드그래스의 땅볼로 진루한 뒤, 머레이의 2루타에 득점하여 1–0으로 앞서갔다.
- 뉴욕은 7회말까지 1–0으로 앞섰다. 그러나 7회말, 스타헬이 1사 상황에서 안타를 치고, 와그너가 볼넷을 얻었다. 피처 베디언트를 대신해 대타로 나온 헨릭슨이 좌익수 쪽으로 2루타를 쳐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후속타자 후퍼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나며 무사 만루 찬스가 끝났다.
- 전날 혹독한 경기를 치른 스모키 조 우드가 베디언트를 대신해 구원 등판했다. 우드와 매서슨은 8회와 9회에 서로 무실점으로 맞서며, 경기는 1–1 동점으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 10회초 1사 상황에서, 머레이가 2루타를 쳤고, 머클의 적시타로 득점했다. 우드는 허저그를 삼진 처리했고, 포수 마이어스를 땅볼 처리하며 이닝을 마쳤다.
- 10회말, 자이언츠가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단 3아웃만 남겨둔 상황에서, 우드를 대신해 대타로 나온 클라이드 엥글이 중견수 스노드그래스 앞에 쉽게 떨어지는 플라이 타구를 쳤다. 스노드그래스가 이 공을 떨어뜨리면서 엥글은 2루에 진루했다. 후퍼가 깊은 중견수 플라이를 쳤고,
- 스노드그래스는 자신의 실수 직후 멋진 캐치를 해냈지만, 엥글은 3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매서슨은 제어력이 뛰어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야크스에게 이상하게 볼넷을 내주어 승리 주자가 베이스에 나갔다. 월드시리즈에서 타율 .300을 기록한 트리스 스피커가 1루 쪽 파울 플라이를 쳤지만, 1루수 머클, 투수 매서슨, 포수 마이어스가 모두 공을 잡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스노드그래스는 나중에, 레드삭스 벤치에서 나온 조롱이 선수들의 타이밍을 깨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상하게도 매서슨은 머클보다 가까운 포수 마이어스에게 공을 받으라고 했지만, 마이어스가 공에 닿지 못하고 떨어뜨렸다. 스피커는 이 기회를 살려 엥글을 홈으로 불러들여 2–2 동점을 만들었고, 야크스는 3루까지 진루했다. 매서슨은 루이스에게 고의사구를 내주어 만루 상황을 만들었고, 이로 인해 모든 루스에서 포스아웃이 가능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다음 타자 래리 가드너가 우익수 데보어에게 플라이 아웃되었고, 야크스가 태그 업하며 득점, 레드삭스가 1912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5. 역사적 의미와 유산
1912년 월드시리즈는 스포츠가 인간에게 선사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마를 보여준 시리즈이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우승은 그들의 황금기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으며, 1918년까지 4번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기반이 되었다. 반면 뉴욕 자이언츠에게는 아쉬운 패배였지만, 크리스티 매슈슨은 그의 평균자책점 0.94가 말해주듯이 개인적인 뛰어난 기량을 선보였다.
이 시리즈는 야구 규칙의 변화, 특히 파울볼 스트라이크 규정 통일 이후 투수전이 더욱 심화되는 데드볼 시대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하지만 동시에 프레드 스노드그래스의 실책처럼 수비의 중요성과 한 번의 플레이가 경기의 흐름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야구의 묘미를 극명하게 보여준 시리즈이기도 하다. 1912년 월드시리즈는 단순히 우승팀을 가린 것을 넘어, 야구 팬들에게 오랫동안 회자될 명장면과 이야기를 남기며 메이저리그 역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