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7년] 월드 시리즈 : 시카고 컵스, 압도적인 우승으로 첫 왕좌에 오르다
1907년 10월, 미국 프로야구의 양대 리그 챔피언인 시카고 컵스(Chicago Cubs)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Detroit Tigers)가 월드 시리즈 우승을 놓고 격돌했다. 이 시리즈는 컵스에게는 구단 역사상 첫 월드 시리즈 우승을 안겨준 감격적인 순간이었고, 타이거스에게는 아쉬운 준우승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시리즈의 첫 경기가 무승부로 끝나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컵스는 압도적인 전력을 선보이며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는 완벽한 승리로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1. 챔피언들의 맞대결 : 시카고 컵스 vs.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907년 월드 시리즈는 내셔널리그 챔피언 시카고 컵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간의 대결로 펼쳐졌다 .
- 시카고 컵스 : 시카고 컵스는 당시 메이저리그를 지배하던 강력한 팀이었다. 1906년 시즌에는 역사상 가장 많은 116승을 기록하며 월드 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아쉽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컵스는 1907년에도 내셔널리그를 압도적으로 제패하며, 전년도의 아쉬움을 설욕할 준비를 마쳤다. 컵스의 전력은 막강했는데, 특히 탄탄한 수비와 효율적인 공격을 자랑했다. 프랭크 챈스(Frank Chance)가 선수 겸 감독을 맡았으며, 모데카이 브라운(Mordecai Brown), 조니 에버스(Johnny Evers), 조 팅커(Joe Tinker) 등 훗날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스타 플레이어들이 팀의 핵심을 이루고 있었다. 컵스는 그 해 월드 시리즈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될 만큼 막강한 팀이었다.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는 팀의 프랜차이즈 역사상 처음으로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자리에 오르며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타이거스는 휴이 제닝스(Hughie Jennings)가 감독을 맡았고, 강력한 타선을 바탕으로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팀의 간판 선수이자 전설적인 타자 타이 콥(Ty Cobb)은 이 시기 타이거스의 핵심적인 공격 자원이었다. 콥은 그 해 아메리칸리그 타격왕을 차지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타이거스는 젊고 역동적인 팀이었지만, 컵스에 비해서는 월드 시리즈 경험이 부족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었다.
2. 역대급 압도 : 무승부로 시작된 챔피언 결정전
1907년 월드 시리즈는 10월 8일에 시카고 웨스트 사이드 그라운즈(West Side Grounds)에서 막을 올렸다. 그러나 1차전은 예상치 못하게 12회 연장전 끝에 무승부(3-3)로 끝나며 월드 시리즈 역사에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당시 어둠이 깔려 경기를 더 진행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심판이 경기를 중단시켰고, 다음 날 재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이 무승부 경기는 양 팀의 팽팽한 긴장감과 신중한 플레이를 보여주는 동시에, 당시 야구 규정의 유연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1차전 무승부 이후, 시카고 컵스는 압도적인 전력을 바탕으로 타이거스를 몰아붙였다. 컵스는 이후 진행된 모든 경기에서 승리하며 4승 0패 1무로 월드 시리즈 우승을 확정 지었다. 이는 월드 시리즈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승리 중 하나로 기록된다.
3. 경기별 요약 : 컵스의 완벽한 승리
1차전 (10월 8일, 시카고 웨스트 사이드 그라운즈) : 3-3 무승부.
- 양 팀 모두 승부를 내지 못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2차전 (10월 9일, 시카고 웨스트 사이드 그라운즈) : 시카고 컵스 3-1 승
- 승리투수 : 잭 피스터(Jack Pfiester, 시카고 컵스, 1승)
- 패전투수 : 조지 멀린(George Mullin,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패)
- 컵스는 1회말 해리 스타인펠트(Harry Steinfeldt)의 2타점 적시타 등으로 3득점하며 기선을 제압했다. 타이거스는 9회초 1점을 만회했지만, 컵스의 수비를 뚫지 못했다.
3차전 (10월 10일, 시카고 웨스트 사이드 그라운즈) : 시카고 컵스 5-1 승
- 승리투수 : 에드 로일바크(Ed Reulbach, 시카고 컵스, 1승)
- 패전투수 : 에드 시버(Ed Siever,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패)
- 컵스는 2회말 3점을 뽑아내며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고, 이후에도 꾸준히 득점하며 타이거스를 압도했다. 타이거스는 단 1점에 그쳤다.
4차전 (10월 11일, 디트로이트 베넷 파크) : 시카고 컵스 6-1 승
- 승리투수 : 오벌 오버럴(Orval Overall, 시카고 컵스, 1승)
- 패전투수 : 와일드 빌 도노반(Wild Bill Donovan,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1패)
- 홈에서 반전을 노리던 타이거스를 상대로 컵스는 4회초에만 6득점하는 빅이닝을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컵스의 투수진은 타이거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5차전 (10월 12일, 디트로이트 베넷 파크) : 시카고 컵스 2-0 승
- 승리투수 : 모데카이 브라운(Mordecai Brown, 시카고 컵스 1승)
- 패전투수 : 조지 멀린(George Mullin,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2패)
- 컵스는 5차전에서 2-0으로 승리하며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모데카이 브라운(Mordecai Brown)은 이 경기에서 7안타 무실점 완봉승을 거두었다. 컵스는 1회초와 2회초에 각각 1점씩을 뽑아내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타이거스는 4회말 2사 2, 3루의 기회를 잡았지만 득점에 실패하며 추격에 실패했다.
컵스는 타이거스에게 단 한 경기도 내주지 않으며, 강력한 챔피언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시리즈는 1914년 보스턴 브레이브스(Boston Braves)가 필라델피아 애슬레틱스(Philadelphia Athletics)를 4연승으로 꺾기 전까지는 사실상 첫 '스윕'에 가장 가까운 시리즈로 평가된다.
4. 기록과 인물 : 역사를 만든 순간들
1907년 월드 시리즈는 짧았지만, 야구 역사에 여러 의미 있는 기록과 장면들을 남겼다.
- 최초의 우승팀 시카고 컵스 : 시카고 컵스는 이 우승으로 구단 역사상 첫 월드 시리즈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는 컵스 팬들에게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감격적인 순간이었으며, 시카고 컵스라는 이름이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강팀으로 각인되는 계기가 되었다.
- 프랭크 챈스(Frank Chance) 감독의 기록 : 컵스의 선수 겸 감독이었던 프랭크 챈스는 30세의 나이로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월드 시리즈를 우승한 최연소 감독 기록을 세웠다. 이 기록은 1905년 뉴욕 자이언츠(New York Giants)의 존 맥그로(John McGraw)가 32세로 세운 기록을 깬 것이다. 이후 1987년 미네소타 트윈스(Minnesota Twins)의 톰 켈리(Tom Kelly)가 37세로 우승하였다.
- 타이 콥(Ty Cobb)의 월드 시리즈 데뷔 : 당시 신인 돌풍을 일으키던 타이 콥은 이 시리즈를 통해 자신의 첫 월드 시리즈 무대를 경험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그의 활약은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질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커리어의 시작이었다.
- 압도적인 성적 차이 : 컵스와 타이거스의 종합 성적은 컵스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준다. 컵스는 총 19득점을 올렸고 42안타, 10실책을 기록했다. 반면 타이거스는 총 6득점에 그쳤고 37안타, 9실책을 기록했다. 득점 차이가 명확하게 두 팀의 전력 차이를 드러낸다.
- 높은 관중 수와 선수 배당금 : 이 시리즈의 총 관중 수는 78,068명이었으며,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15,614명에 달했다. 우승팀인 컵스 선수들은 1인당 2,143달러의 배당금을 받았고, 패한 타이거스 선수들은 1인당 1,946달러를 받았다.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금액이었다.
1907년 월드 시리즈는 시카고 컵스에게는 영광의 시작이었고,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게는 성장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우승팀과 준우승팀을 가리는 것을 넘어, 현대 야구의 시스템과 인프라가 정착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스타 플레이어들의 등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오늘날에도 1907년 월드 시리즈는 야구 팬들에게 시카고 컵스의 첫 번째 왕좌 등극이라는 역사적인 순간으로 기억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