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17: Redemption] 이종격투기(MMA)라는 이름이 탄생한 역사적인 대회
1998년 5월 15일,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의 모빌 시빅 센터에서 개최된 ‘UFC 17: 리뎀션’(UFC 17: Redemption)은 단순한 격투 이벤트를 넘어 이종격투기 스포츠의 역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대회다. 이 대회는 텔레비전을 통해 전 세계에 페이퍼뷰(Pay-per-view)로 생중계되었고, 이후 홈 비디오로도 출시되며 이종격투기의 확산에 기여했다.
UFC 17은 여러 면에서 UFC 초창기 시대의 마지막을 알리고 현대적인 스포츠로의 전환을 예고하는 대회였다. 4인 미들급 토너먼트를 중심으로, 3개의 헤비급 슈퍼파이트, 토너먼트 부상 시를 대비한 대체 경기, 그리고 헤비급 시범 경기가 진행되었다. UFC는 이 대회를 기점으로 토너먼트 형식의 대회를 중단하기 시작했고(UFC 23 제외), 스포츠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집중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대회의 가장 큰 역사적 의의는 바로 ‘혼합 무술’ 즉, ‘Mixed Martial Arts(MMA)’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순간이라는 점이다.
1. 경기 결과
1)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십
- 챔피언 타이틀 방어 성공
2) 일반 경기
[헤비급]
[라이트헤비급]
3) 미들급 토너먼트
2. 제프 블랫닉의 유산 : ‘Mixed Martial Arts’ 용어의 탄생
UFC 17이 이종격투기 역사에 남긴 가장 중요한 유산은 바로 ‘Mixed Martial Arts’(혼합 무술, MMA)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대회 시작 몇 시간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UFC 해설위원이던 제프 블랫닉(Jeff Blatnick)은 UFC 프로모션의 새로운 커미셔너로 소개되었다. 블랫닉은 선수들과의 회의에서 “노 홀즈 바드(No Holds Barred)”와 같이 당시 혼용되던 용어 대신 ‘혼합 무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을 요청했다. 이는 이 스포츠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난투극이 아닌 스포츠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함이었다.
블랫닉은 이후 대회를 취재하는 언론 매체들에게도 동일한 요청을 반복했다. 이 사건은 ‘Mixed Martial Arts’라는 용어가 현대적인 이종격투기 스포츠를 지칭하는 데 사용된 최초의 공식적인 순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리고 제프 블랫닉은 이 용어를 만들어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그의 노력 덕분에 이종격투기는 보다 전문적이고 스포츠적인 이름으로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이는 현대 MMA가 전 세계적인 스포츠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기반이 되었다.
3. 변화의 바람 : 토너먼트 형식의 마지막 무대
UFC 17은 UFC 역사상 토너먼트 형식으로 진행된 마지막 대회 중 하나였다(UFC 23은 예외적으로 다시 토너먼트 형식을 사용했다). 이는 UFC가 매 대회 우승자를 가리는 토너먼트 중심의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체급별 챔피언십과 스타 선수들 간의 슈퍼파이트를 중심으로 하는 현대적인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UFC 17은 이러한 과도기적 특징을 잘 보여준다.
- 4인 미들급 토너먼트: 주요 매치 중 하나로, 당시 UFC의 미들급 선수들이 맞붙어 실력을 겨루었다 .
- 헤비급 슈퍼파이트: 3개의 헤비급 슈퍼파이트 경기가 진행되어 헤비급 강자들의 대결이 펼쳐졌다.
- 대체 및 시범 경기: 토너먼트 선수 부상에 대비한 얼터네이트 매치와 헤비급 시범 경기가 포함되었다.
- 챔피언십 매치 : 라이트 헤비급 타이틀전의 비공개 전환
이 대회에는 UFC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프랭크 샴록(Frank Shamrock)과 제레미 혼(Jeremy Horn)의 타이틀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경기는 라이브 페이퍼뷰로 방영되지 않고, 나중에 다른 페이퍼뷰를 위해 녹화되었다는 점이 특이 사항이다. 이는 당시 UFC가 직면했던 송출 및 규제 문제, 그리고 대회 운영 방식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4. 미래의 전설들 : 주목할 만한 데뷔들
UFC 17은 미래 UFC 역사의 중요한 인물이 될 파이터들이 옥타곤에 처음 발을 디딘 대회로도 기억된다.
- 댄 헨더슨(Dan Henderson) : 레슬링 올림픽 국가대표 출신으로, UFC 무대에 처음으로 등장했다. 헨더슨은 이후 UFC, 프라이드 FC(PRIDE FC), 스트라이크포스(Strikeforce) 등 여러 단체를 오가며 다양한 체급에서 활약하며 전설적인 ‘올드보이’이자 ‘레전드’로 자리매김했다.
- 카를로스 뉴턴(Carlos Newton) : 뛰어난 그래플링 기술과 독특한 타격 스타일을 가진 카를로스 뉴턴 또한 UFC 17에서 처음으로 UFC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훗날 UFC 웰터급 챔피언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 척 리델(Chuck Liddell) : ‘아이스맨’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척 리델은 UFC 17에서 첫 번째 MMA 경기를 치렀다. 리델은 이후 강력한 라이트 헤비급 타격가로 UFC의 황금기를 이끌며 엄청난 팬덤을 구축하고 UFC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레전드다.
이처럼 UFC 17은 이종격투기라는 이름의 탄생과 함께, 훗날 UFC의 상징이 될 인물들의 등장을 알린 중요한 대회였다.
5. UFC 17의 유산 : ‘리뎀션’을 넘어 새로운 시대로
‘UFC 17: 리뎀션’은 ‘구원’이라는 부제처럼, 이종격투기가 과거의 모호하고 논란 많았던 이미지를 벗고 진정한 스포츠로서의 정체성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Mixed Martial Arts’라는 이름의 탄생은 이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으며, 이는 현대 MMA가 전 세계적인 스포츠 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발판이 되었다.
또한 토너먼트 형식의 마지막 무대가 되면서 UFC는 선수들의 안전을 강화하고, 체급별 챔피언십 중심으로 대회를 운영하는 등 스포츠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구축해나갔다. 댄 헨더슨, 카를로스 뉴턴, 척 리델과 같은 미래의 스타들의 데뷔는 UFC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새로운 인재 풀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UFC 17은 이종격투기가 단순히 난투극이 아닌, 규정과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스포츠’로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진정한 ‘리뎀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