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10: The Tournament] 격동 속 다시 찾은 UFC의 심장
1996년 7월 12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페어 파크 아레나에서 개최된 ‘UFC 10: 더 토너먼트’(UFC 10: The Tournament)는 이종격투기 역사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 대회다. 이 대회는 UFC가 정치적 압력과 규제 속에서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행사였다. UFC 9에서 강제로 도입되었던 이해할 수 없는 규제들로 인해 ‘노 홀즈 바드(No Holds Barred)’의 본질을 잃어버렸던 UFC는 UFC 10을 통해 가장 순수한 형태의 이종격투기, 즉 ‘토너먼트’ 방식으로의 회귀를 선언했다. 비록 당시는 이종격투기가 정치적, 사회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던 암흑기였지만, UFC 10은 그 속에서도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키고 이종격투기의 미래를 위한 초석을 다졌다.
1. 토너먼트 방식의 부활 : UFC의 본질을 되찾다
UFC 10은 이름 그대로 토너먼트 방식을 전면에 내세웠다. UFC는 초기 대회들에서 8강 또는 16강 토너먼트 형식을 통해 다양한 무술 스타일 간의 대결을 선보였고, 이는 팬들에게 예측 불가능한 매력을 선사했다. 하지만 UFC 9에서 잠시 토너먼트 방식이 사라지면서 대회의 역동성이 크게 줄어들었던 경험이 있었다. 이에 UFC 10은 8명의 강자가 서로 맞붙어 최종 한 명의 우승자를 가리는 전통적인 토너먼트 형식을 다시 채택하며 팬들의 갈증을 해소했다. 8인의 토너먼트 외에도, 부상 등으로 인한 결원 발생 시 투입될 수 있는 2개의 ‘대체 경기’ (Alternate Bouts)가 함께 진행되어 대회의 긴장감을 더하고 페이퍼뷰 시간을 채웠다.
대회가 열린 장소도 주목할 만하다. 본래 UFC 10은 로드아일랜드 프로비던스의 프로비던스 시빅 센터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최종적으로는 앨라배마주 버밍엄의 페어 파크 아레나에서 진행됐다. 이처럼 대회를 앞두고 장소가 변경되는 것은 당시 이종격투기를 향한 사회적 반감과 규제의 압박이 얼마나 컸는지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UFC는 대회를 강행하며 자신들의 스포츠를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준결승전 : 마크 콜먼 vs 게리 굿리지
3.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 : 마크 콜먼과 브루스 버퍼의 역사적인 데뷔
UFC 10은 단순히 토너먼트 방식의 회귀를 넘어, 이종격투기 역사에 길이 남을 두 인물의 등장을 알린 대회였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인물은 바로 마크 콜먼(Mark Coleman)이다.
마크 콜먼의 등장과 토너먼트 우승 : 마크 콜먼은 올림픽 레슬링 출신의 강력한 파이터로, UFC 10을 통해 UFC 무대에 처음으로 발을 들였다. 그는 압도적인 레슬링 실력과 강력한 파운딩을 결합한 ‘그라운드 앤 파운드(Ground and Pound)’ 스타일을 선보이며 토너먼트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콜먼은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파이터 중 한 명이었던 돈 프라이 (Don Frye)를 꺾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등장은 이종격투기 전술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으며, 훗날 ‘괴물’이라는 별명처럼 MMA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전설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마크 콜먼의 우승은 단순히 하나의 토너먼트 승리를 넘어, 레슬링 베이스의 강자들이 MMA의 핵심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사건이었다.
브루스 버퍼의 옥타곤 데뷔 : UFC 팬이라면 누구나 알 만한 인물이 바로 브루스 버퍼 (Bruce Buffer)이다. “It's Time!”이라는 외침과 독특한 동작으로 전 세계 격투기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UFC 10에서 처음으로 옥타곤 아나운서로 데뷔했다. 이전에는 리치 고인스(Rich Goins)가 옥타곤 아나운서를 담당했고, 브루스 버퍼의 형인 마이클 버퍼(Michael Buffer)도 UFC 6와 7에서 아나운싱을 맡은 바 있다. 브루스 버퍼의 등장은 UFC의 분위기와 브랜딩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목소리는 UFC를 대표하는 상징 중 하나가 되었다. UFC 8, 9, 11에서는 리치 고인스가 다시 아나운서로 복귀하기도 했지만, 브루스 버퍼는 결국 UFC의 상징적인 존재로 굳건히 자리매김하게 된다.
가상과 현실의 혼동 : 흥미롭게도 1995년 개봉한 영화 ‘가상현실(Virtuosity)’에 ‘가상의 UFC 10’이 등장하는데, 당시 UFC 선수였던 켄 섐록(Ken Shamrock)이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속의 UFC 10은 실제 대회와는 전혀 무관한 설정이지만, 당시 UFC의 인기가 대중문화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4. UFC 10 토너먼트의 전개와 결과
UFC 10은 명실상부한 ‘더 토너먼트’라는 부제에 걸맞게 치열한 경쟁을 보여주었다. 가장 중요한 결과는 마크 콜먼이 이 토너먼트에서 우승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당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인 돈 프라이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자신의 시대를 알렸다.
토너먼트는 다양한 스타일의 파이터들이 격돌하는 장이었고, 이는 당시 UFC의 매력을 극대화했다. 레슬링, 주짓수, 권투, 가라데 등 각기 다른 무술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오직 승리를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이러한 대결은 어떤 무술이 가장 효과적인지 탐구하는 초기 UFC의 철학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5. UFC 10이 남긴 유산 :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다
UFC 10은 단순한 이종격투기 대회를 넘어, UFC가 혼란스러운 시기를 이겨내고 재도약하는 데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토너먼트 형식으로의 회귀는 팬들에게 UFC의 본질적인 재미를 다시금 상기시켜 주었고, 마크 콜먼이라는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이종격투기의 미래를 밝게 비추었다. 또한 브루스 버퍼와 같은 상징적인 인물의 등장은 UFC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를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비록 당시에는 여전히 규제와 비판에 시달리고 있었지만, UFC 10을 통해 UFC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고, 새로운 인재들을 발굴하며, 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 대회는 훗날 이종격투기가 주류 스포츠로 성장하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되는 과정에서, 험난했던 여정 속 중요한 이정표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UFC 10은 ‘모터 시티 매드니스’의 혼란을 겪은 후, UFC가 ‘본래의 강렬함’을 되찾으려 했던 의미 있는 시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