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31일 일요일

[UFC 33: Victory in Vegas] 베가스의 승리, 그러나 ‘최악’의 낙인이 찍힌 그 날

[UFC 33: Victory in Vegas] 베가스의 승리, 그러나 최악의 낙인이 찍힌 그 날

 
2001928,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이벤트 센터(Mandalay Bay Events Center)에서는 ‘UFC 33: 베가스의 승리(Victory in Vegas)’라는 이름으로 종합격투기 이벤트가 열렸다. 이 대회는 UFC 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네바다 주 체육 위원회(Nevada State Athletic Commission)의 승인을 받아 통합 격투기 규칙(Unified Rules of Mixed Martial Arts)이 적용된 첫 번째 대회였기 때문이다. 이는 UFC가 주류 스포츠로서 발돋움하는 데 중요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UFC 33‘UFC 역사상 최악의 이벤트라는 오명을 안고 있기도 하다. 모든 메인 카드 경기가 판정으로 끝나면서 지루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방송 사고까지 겹치며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심지어 UFC 사장 데이나 화이트(Dana White)조차 이 대회를 두고 수년이 지난 후까지도 “UFC 역사상 최악의 쇼라고 여러 차례 언급할 정도였다.
 

1. 역사적 전환점 : 네바다 주 승인과 통합 규칙의 공식화

 
UFC는 그동안 폭력적이라는 오명과 함께 많은 주에서 금지되거나 규제를 받았다. 하지만 주파(Zuffa, LLC)UFC를 인수한 이후, 그들은 스포츠로서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실 중 하나가 바로 네바다 주 체육 위원회의 승인과 통합 격투기 규칙의 공식적인 적용이었다. 20014월 뉴저지 주 체육 위원회가 최초로 통합 규칙을 제정한 이후, UFC 33은 이 규칙이 네바다 주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개최된 첫 이벤트가 되었다.
 
이는 단순히 UFC가 라스베이거스에서 대회를 열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넘어선 의미를 지닌다. 표준화된 규칙은 선수들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기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며, 궁극적으로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UFC가 언더그라운드 이벤트에서 벗어나 메인스트림 스포츠로 나아가는 데 필수적인 단계였다.
 

3. 3개의 타이틀전, 그러나지루함과 방송 사고의 연속

 
UFC 33은 무려 세 개의 타이틀전이 메인 카드를 장식했다는 점에서 팬들의 기대를 모았다. 라이트 헤비급 챔피언 티토 오티즈(Tito Ortiz) 대 블라디미르 마차코프(Vladimir Matyushenko), 초대 미들급 챔피언 데이브 메네(Dave Menne) 대 길 카스티요(Gil Castillo), 그리고 라이트급 챔피언 젠스 풀버(Jens Pulver) 대 데니스 홀먼(Dennis Hallman)의 대결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세 번의 타이틀전은 모두 5라운드 판정으로 끝났고, 이 밖의 메인 카드 경기들 또한 모두 판정으로 승부가 갈렸다. 이는 당시 UFC 이벤트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격렬한 KO나 서브미션을 기대했던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지어 티토 오티즈와 블라디미르 마차코프, 젠스 풀버와 데니스 홀먼의 타이틀전은 “UFC 역사상 가장 재미없는 5라운드 타이틀전으로 꼽히기도 했다.
 
여기에 결정타는 방송 사고였다. 페이퍼뷰(Pay-Per-View) 방송이 연장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케이블 시스템의 문제로 시청 도중 송출이 끊기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시청자들은 메인 이벤트인 오티즈와 마차코프의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이던 시점에 화면이 정지되는 황당한 경험을 해야 했다. 이러한 불운이 겹치면서 UFC 33재미없고 불운한 대회라는 인식을 강하게 남겼다.
 

4. 주요 경기(Main Card)

 

1) 라이트헤비급 타이틀전 : 티토 오티즈(c) vs 블라디미르 마차코프

  • [] 티토 오티즈(Tito Ortiz)
  • [] 블라디미르 마차코프(Vladimir Matyushenko)
  • 결과 : 만장일치 판정승 (5043, 5044, 5044) 5라운드 5:00
  • 분석 : 챔피언 오티즈는 강력한 테이크다운과 포지션 컨트롤을 선보였지만, 마차코프의 끈질긴 방어에 막혀 피니시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2) 라이트급 타이틀전 : 젠스 풀버(c) vs 데니스 홀먼

  • [] 젠스 풀버(Jens Pulver)
  • [] 데니스 홀먼(Dennis Hallman)
  • 결과 : 만장일치 판정승 (4947, 4847, 4847) 5라운드 5:00
  • 분석 : 팽팽한 그라운드 공방이 이어졌으나, 두 선수 모두 상대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지 못하며 지루하다는 평을 들었다.
 

3) 미들급 타이틀전 : 데이브 메네 vs 길 카스티요

  • [] 데이브 메네(Dave Menne)
  • [] 길 카스티요(Gil Castillo)
  • 결과 : 만장일치 판정승 (4943, 4944, 4945) 5라운드 5:00
  • 분석 : 초대 미들급 챔피언십 경기였으나, 시종일관 신중한 경기로 인해 역시 판정으로 끝났다.
 

4) 라이트 헤비급 : 척 리델 vs 무릴로 부스토만테

  • [] 척 리델(Chuck Liddell)
  • [] 무릴로 부스토만테(Murilo Bustamante)
  • 결과 : 만장일치 판정승 (2928, 2927, 2927) 3라운드 5:00
  • 분석 : 미래의 챔피언 척 리델이 이 경기에서 승리했지만, 그의 파괴적인 KO 능력은 이날 발휘되지 않았다.
 

5) 웰터급 : 맷 세라 vs 이브스 에드워즈

  • [] 맷 세라(Matt Serra)
  • [] 이브스 에드워즈(Yves Edwards)
  • 결과 : 다수 판정승 (3026, 3027, 2929) 3라운드 5:00
  • 분석 : 맷 세라가 승리했지만, 3명의 심판 중 한 명이 무승부를 준 다수 판정으로 경기가 끝났다.
 

5. 언더 카드(Preliminary Card)

 

1) 웰터급 : 주타로 나카오 vs 토니 데소우자(Tony DeSouza)

  • [] 주타로 나카오(Jutaro Nakao)
  • [] 토니 데소우자(Tony DeSouza)
  • 결과 : KO (펀치) 2라운드 0:15
  • 분석 : 언더 카드에서 유일하게 KO로 끝난 경기로, 2라운드 경기 시작 15초 만에 나카오의 펀치가 터졌다.
 

2) 미들급 : 리카르도 알메이다 vs 유진 잭슨

  • [] 리카르도 알메이다(Ricardo Almeida)
  • [] 유진 잭슨(Eugene Jackson)
  • 결과 : 서브미션 (트라이앵글 초크) 1라운드 4:06
  • 분석 : 1라운드에 끝난 경기 중 하나로, 알메이다의 주짓수 실력이 돋보였다.
 

3) 라이트급 : 딘 토마스 vs 파비아노 이하

  • [] 딘 토마스(Din Thomas)
  • [] 파비아노 이하(Fabiano Iha)
  • 결과 : 만장일치 판정승 (2928, 2927, 2928) 3라운드 5:00
  • 분석 : 언더 카드에서도 판정 경기가 이어졌다.
 

6. 데이나 화이트의 끊이지 않는 ‘UFC 33’ 언급

 
UFC 33의 불명예는 대회 이후 수년간 이어졌다. UFC 사장 데이나 화이트는 기자회견이나 인터뷰에서 '재미없는 경기'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UFC 33을 소환하며 자신의 불만을 표출했다.
 
2009UFC 111 이후, 지루하다는 평을 받은 조르주 생피에르(Georges St-Pierre)와 댄 하디(Dan Hardy)의 경기에 대한 질문을 받자 화이트는 “UFC 33이 내가 기억하는 유일하게 모든 경기가 망했던 대회다라고 언급했다. 2012UFC 149 이후에도 그는 다시 UFC 33에 온 것 같았다며 당시의 불만족스러움을 상기시켰다. 심지어 2013UFC on Fox 6 이후에는 우리가 가졌던 쇼 중에 최악의 쇼였다고까지 말했다. 가장 최근인 2024년 파워 슬랩 6 기자회견에서는 기억하는지 모르겠지만 UFC 33은 우리가 라스베이거스에 처음 왔을 때 열렸던, UFC 역사상 최악의 X같은 쇼였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처럼 UFC 33은 데이나 화이트의 기억 속에 영원히 최악의 대회로 남아있는 듯하다.
 

7. UFC 33의 그림자와 그 후의 변화

 
UFC 33의 실패는 주파 경영진에게 뼈아픈 교훈을 남겼다. 이 대회 이후 UFC는 라이브 이벤트에서 치러지는 경기 수를 5경기로 줄였고, 15년이 넘도록 세 개의 타이틀전을 한 이벤트에서 동시에 진행하는 것을 피했다. 이는 무리하게 경기를 많이 넣는 것보다 질 높은 소수 경기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음을 보여준다.
 
물론 UFC 33이 역사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네바다 주 승인과 통합 규칙 적용이라는 중요한 이정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경기력과 방송 사고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노출하며 최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를 얻게 되었다.
 
UFC 33은 주파 시대 초기에 겪었던 시행착오의 상징이자, 완벽한 스포츠 이벤트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이 실패는 오히려 UFC가 더욱 단단해지고 발전하는 데 중요한 경험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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