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8월 28일 목요일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71년 저주 : 염소의 저주와 그 전설적인 이야기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의 71년 저주 : 염소의 저주와 그 전설적인 이야기

 
2016, 미국 메이저리그 베이스볼(Major League Baseball, MLB)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동안 회자되었던 전설적인 이야기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바로 시카고 컵스(Chicago Cubs)를 따라다니던 염소의 저주(Curse of the Billy Goat)'였다. 이 저주는 1945년부터 2016년까지 71년간 시카고 컵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하게 막은 초자연적인 힘으로 여겨졌으며, 이는 야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스포츠 관련 저주(sports curse)' 중 하나로 꼽힌다.
 
수십 년간 팬들과 선수들, 심지어 구단 관계자들까지 이 저주를 심각하게 받아들였고, 이를 깨기 위한 갖가지 기이한 시도들이 이어졌다. 이 전설은 단순한 미신을 넘어, 컵스 팀의 정체성과 팬 문화의 일부가 되어왔다.
 

1. 염소의 저주가 시작된 1945년 월드 시리즈

 
염소의 저주는 1945106, 시카고 컵스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Detroit Tigers)의 월드 시리즈 4차전이 열리던 리글리 필드(Wrigley Field)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빌리 고트 태번(Billy Goat Tavern)의 주인이자 그리스 이민자였던 윌리엄 시아니스(William Sianis, 1895-1970)는 자신의 애완 염소 '머피(Murphy)'와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 그는 염소를 동반하고 입장하기 위해 티켓 두 장을 구매했다. 염소 '머피'는 컵스 팬들을 위한 마스코트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4회말, 다른 팬들이 염소 특유의 냄새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면서 경기장 경비원들은 시아니스와 염소 '머피'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이에 분노한 시아니스는 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 저주를 퍼부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그 컵스 녀석들은 다시는 우승하지 못할 거야!(Them Cubs, they ain't gonna win no more!)"라고 외쳤다. 이 저주는 컵스가 다시는 내셔널리그 페넌트(우승 깃발)를 차지하거나, 최소한 시아니스의 생전에는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미로 해석되었다. 실제로 시카고 컵스는 이 4차전에서 패배했고, 월드 시리즈에서도 결국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에게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후 컵스는 71년간 월드 시리즈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하는 기나긴 침묵에 빠져들었다.
 
시아니스와 그의 염소는 퇴장당했지만, 그는 당시 컵스의 구단주였던 P.K. 위리그(P.K. Wrigley)에게 전보를 보내 저주를 재차 강조했다. "당신은 나의 염소를 퇴장시켰으니, 컵스는 패배할 것입니다.(You are gonna lose this World Series and you are never gonna win another World Series. You are never gonna win a World Series again because you insulted my goat.)" 그는 계속해서 컵스가 월드 시리즈에서 절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예언은 놀랍게도 2016년까지 현실이 되었다.
 

2. 저주의 기간 : 71년간의 침묵

 
1945년 월드 시리즈 패배 이후, 시카고 컵스는 오랜 기간 동안 메이저리그의 하위권을 전전했다. 그들은 내셔널리그 페넌트를 단 한 번도 차지하지 못했으며, 월드 시리즈 진출조차 꿈같은 이야기가 되었다. 다른 팀들이 우승의 기쁨을 누리는 동안, 컵스 팬들은 좌절과 실망 속에서 시즌을 보내야 했다. '염소의 저주'는 단순한 미신을 넘어 컵스 팬들에게는 매년 가을 찾아오는 좌절감의 상징이 되었다. 야구계에서는 컵스가 유독 중요한 순간에 이해할 수 없는 실수나 불운을 겪는 것을 '염소의 저주' 탓으로 돌리곤 했다.
 
특히 컵스가 오랜 기간 동안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하고 중요한 길목에서 좌절하는 모습은 저주의 존재를 더욱 확고히 하는 듯했다. 팬들은 '다시는 리글리 필드에 염소를 데려오지 않을 것'이라는 시아니스의 주장을 컵스가 어겼기 때문에 저주가 풀리지 않는다고 믿었다.
 

3. 저주를 풀기 위한 기이한 시도들

 
시카고 컵스의 팬들과 다양한 사람들이 이 저주를 풀기 위해 기발하고 때로는 기이한 시도들을 감행했다. 이러한 시도들은 컵스 팬들의 간절한 염원과 함께 저주에 대한 야구계의 집착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들을 연출했다.
 
  • 성수 살포(2008) : 2008, 그리스 정교회 사제 한 명이 컵스 덕아웃 주변에 성수를 뿌리며 저주를 풀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컵스는 그 해 포스트시즌에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
  • 사회적 기업 '리버스 더 커스'(2011) : 201141, '리버스 더 커스(Reverse The Curse)'라는 사회적 기업이 창설되었다. 이들은 개발도상국 가정에 염소를 제공하여 빈곤을 퇴치하는 활동을 벌였는데, 이는 문자 그대로 염소의 저주를 역전(Reverse)시키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 염소와 함께하는 대장정(2012) : 2012, '크랙 더 커스(Crack the Curse)'라는 이름의 컵스 팬 5명이 염소 '리글리(Wrigley)'를 데리고 컵스의 스프링 캠프가 있는 애리조나주 메사(Mesa)에서 리글리 필드까지 걸어가는 대장정을 시작했다. 그들은 이 염소가 저주를 깨줄 것이라고 믿었다.
  • 절단된 염소 머리(2013) : 2013410, 컵스 구단주 토마스 S. 리키츠(Thomas S. Ricketts)에게 절단된 염소 머리가 배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저주를 풀기 위한 극단적인 시도로 해석되었다 .
  • 염소 먹기 대회(2015) : 2015922, 유명한 경쟁적 식사가(competitive eaters)들이 시카고 식당에서 40파운드(18kg)에 달하는 염소를 1322초 만에 먹어치우는 대회를 열었다. 이는 염소를 '처치'함으로써 저주를 풀려는 행위였다.
 

4. 엑스-컵스 팩터 : 저주에 기름을 붓는 또 다른 불운

 
'염소의 저주'를 더욱 심화시킨 요인 중 하나는 '엑스-컵스 팩터(Ex-Cubs Factor)'였다. 이는 컵스를 떠난 선수들이 다른 팀에서 월드 시리즈 우승을 경험하는 현상을 말한다. 1945년 이후 무려 44명에 달하는 전직 컵스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한 후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를 끼게 되었다.
 
대표적인 예시로, 1945년 컵스의 선수로 월드 시리즈에 뛰었던 앤디 파프코(Andy Pafko, 1921-2013)는 이후 브레이브스로 이적하여 월드 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또한 명예의 전당 헌액자인 루 브록(Lou Brock, 1939-2020)은 컵스에서 뛰다가 1964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St. Louis Cardinals)로 트레이드된 후 카디널스에서 두 번의 월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컵스 팬들에게 저주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믿음을 더욱 확고히 하는 요인이었다. 컵스가 배출한 스타들이 유독 컵스를 떠나서야 우승의 영광을 누리는 모습은 저주의 강렬함을 보여주는 듯했다.
 

5. 그리고 마침내, 저주가 깨지던 날 : 2016년의 기적

 
수십 년간 이어진 저주 속에서 시카고 컵스는 끊임없이 재능 있는 선수들을 배출했지만, 번번이 좌절을 맛보았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컵스는 점차 강팀으로 도약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2016년에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다.
 
2016, 시카고 컵스는 정규 시즌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클리블랜드 인디언스(Cleveland Indians)와의 월드 시리즈에서 격돌했다. 시리즈는 7차전까지 가는 대접전 끝에, 컵스는 7차전 연장 승부 끝에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마침내 월드 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는 1908년 이후 무려 108년 만의 우승이었으며, 1945'염소의 저주'가 시작된 이후 71년 만의 우승이었다. 이 승리와 함께 시아니스의 염소가 드리웠던 저주는 마침내 깨진 것으로 간주되었다. 팬들은 환호했고, 전 세계 야구 팬들은 컵스의 역사적인 우승을 축하했다. 이는 단순히 스포츠 경기의 결과를 넘어, 오랜 기다림과 희망, 그리고 노력의 결실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6. 저주의 유산과 야구 문화

 
'염소의 저주'는 비록 2016년에 깨졌지만, 이는 시카고 컵스의 역사와 팬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전설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 저주는 컵스 팬들에게 유머의 대상이자,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품게 하는 복잡한 감정이었다. 또한, 야구라는 스포츠가 가진 초자연적인 매력과 미신적인 요소를 부각하며 스포츠 문화에 독특한 색채를 더했다.
 
71년간 컵스의 발목을 잡았던 이 저주는 이제 과거의 한 페이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 오랜 세월 동안 저주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던 선수들, , 그리고 변함없는 지지를 보냈던 팬들의 이야기는 시카고 컵스의 영원한 유산으로 남을 것이다. 이 염소의 저주는 스포츠에서 우승만큼이나 스토리와 전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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